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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네 편의점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유쾌한 시트콤이 있다. 바로 김씨네 편의점, 워낙 인기도 많았고 영어 공부한다는 사람들은 한 번 쯤 들어봤을 그 작품.. 나는 이 드라마를 떠올리면 먼저 장면보다 표정이 먼저 떠오른다. 아빠가 고집 섞인 눈으로 뭐라 하는 표정, 엄마가 한숨과 애정 사이 어딘가에 있는 표정, 형제가 서로 못 이기는 척 받아치는 표정까지 이런 사소한 표정들이 쌓여 마치 오래 다닌 동네 가게처럼 편안하고 낯익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소소한 힘 이 드라마의 배경이 편의점이라는 게 진짜 기가 막힌 선택이다.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늘 누군가는 드나들고하루가 조용히 돌아가는 곳이다. 사실 이 가족은 크게 보자면 평범함과 불완전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평범함이 이렇게 재밌고 따뜻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다. 억지 감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여운이 남는다 그저 대화 한 줄, 아빠의 투덜거림 하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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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콜로니
이 드라마는 폭발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으로 사람을 압박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협조하고, 누군가는 저항한다. 문제는 그 사이에 ‘나’가 있다는 것 콜로니에서 가장 무거운 건 외부의 지배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어떤 인물은 가족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점령 세력에 협조하고 다른 인물은 같은 이유로 저항을 택한다. 둘 다 이해가 되니까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다. 이 회색지대가 계속 시청자를 갉아먹는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장 안전한 동시에 가장 위험하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집 안 풍경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 평범함 안에 스릴이 숨어 있다. 가족끼리 밥을 먹는 장면조차 이상하게 덜 따뜻하고 덜 편안하다. 세상이 뒤집히면 일상부터가 변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정답이 없는 선택’이다 이 감정의 뒤틀림이 작품 전체를 끌고 간다. 날카로운 액션보다 오래 남는 건 ‘감정의 피로’다 총격전도 있고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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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트리플 엑스 리턴즈
“아, 이 영화는 오늘 내 머리를 쉬게 해주려는 게 아니구나.” 설명도, 여유도, 뭔가 서서히 분위기를 잡는 것도 없이 그냥 바로 액션 버튼을 눌러버리는 영화다. 딱 그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작 10분 만에 이미 흐뭇한 얼굴로 팔짱 끼고 볼 것 같다. 몸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의 무대 이 영화 속 사람들은 대화를 길게 나누는 법이 없다. 상황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오히려 행동은 더 단순해진다. "그냥 뛰어내려." "그냥 부숴." "그냥 받고 달려." 이런 식이다. 말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나가고, 이성은 나중에 따라오는 구조라서 보고 있으면 나도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어떤 장면은 말도 안 되는데, 그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맛이 또 이 영화의 맛이다. 현실성? 그건 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일부 액션은 너무 과해서 웃음이 나왔다. 근데 그 웃음이 비웃음이 아니라 아 이렇게까지 가는구나하고 기분이 통쾌해지는 쪽의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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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걸 온 더 트레인
기차가 달리는 소리는 평범한 일상의 리듬인데 그 안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표정은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한 사람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나는 그 표정 때문에 처음부터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누가 봐도 멀쩡한 풍경인데 그녀의 눈에는 늘 뭔가가 빠져 있는 듯한 기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건 사건이 아니라, 흠집 난 마음의 렌즈 이 영화의 가장 묘한 점은 어떤 장면이 사실인지, 어떤 감정이 과거의 잔상인지 계속 구분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보통 스릴러는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는데 걸 온 더 트레인은 퍼즐 조각 자체가 때로는 젖어 있고, 때로는 휘어져 있고, 어떤 건 아예 모양이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흐릿함이 오히려 주인공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불완전함이 이 영화의 힘이라고 느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잠깐 언뜻 스쳐 보이는 장면들을 주인공은 너무 오랫동안 붙잡는다. 불편하고 답답한 감정도 결국엔 감정의 단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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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얼터드 카본
처음엔 그 화려한 기술과 세계에 놀라지만 몇 분 지나면 금세 깨닫게 된다. 이건 기술 이야기보다정체성과 기억, 욕망과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말이다. 몸을 갈아끼울 수 있다는 개념은 생각보다 덜 자유롭고 생각보다 훨씬 잔인했다. 강해질 수 있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 이 세계에서는 몸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죽어도 새로운 몸을 사면 다시 살아날 수 있고 돈이 많은 사람은 영원히 젊은 상태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의 화려함과는 반대로 사람들은 감정에 더 솔직하지 못하고 관계는 더 파편화되어 있다. 몸이 쉽게 버려지니, 마음도 쉽게 버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는 그 공포를 아주 차갑게 보여준다.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질문이 바뀐다 몸이 달라져도 아픈 기억만큼은 절대 교체되지 않는다는 걸 드라마가 계속 떠올리게 만든다. 액션보다 더 매력적인 건 죽음을 잃어버린 세계의 공기다 총격전, 추격, 전투 장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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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암살자 네로
네로라는 인물을 처음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칼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그의 버릇이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를 경계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놓쳤던 사람이 갖는 그런 습관 이 드라마는 바로 그 버릇의 이유를 조금씩 벗겨내듯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칼로 해결해온 삶이었지만, 가장 어려운 건 말 한마디였다 네로는 암살자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감정 표현에 어둡고 인간 관계에 서툴렀다. 상대의 숨소리만 듣고도 위험을 감지하지만 정작 자신의 딸이 눈앞에 서 있을 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조차 몰라 주먹만 꽉 쥔다. 드라마가 흥미로웠던 건 그의 폭력성이 아니라 그 폭력 너머에 있는 낯섦과 서툼이었다. 재회는 기다렸던 순간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충돌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보통 재회를 감동적인 장면으로 그리지만 이 작품은 반대다. 딸과 다시 마주한 순간, 네로는 기쁨보다 혼란이 먼저 치밀어 올랐고 딸은 반가움보다 오래된 상처가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었다. 두 사람 사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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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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