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Manager

- 2일 전
- 1분 분량
딱 펼쳐지는 그 호텔의 색감, 붉은 카펫과 분홍빛 외벽, 규칙적으로 흐르는 화면 구성까지…
나는 영화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하나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걸음마저 하나의 패턴처럼 보인다.
우아함과 광기가 공존하는 호텔, 그걸 버티는 사람들
호텔을 이끌어가는 구스타브라는 인물은 단순히 지배인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지나치게 진지하면서도, 웃기도록 기괴하고, 그 모든 행동 뒤에는 또 이상한 따뜻함이 숨어 있다.
그를 따라다니는 제로는처음엔 단순히 견습생인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떤 면에서는 구스타브보다 더 단단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 둘이 함께 움직일 때 이 호텔은 생명을 얻는다. 이야기는 어지럽게 굴러가지만 인물들이 워낙 개성으로 꽉 차 있어서 혼란이 아니라 활력이 느껴진다.
웃기지만 슬프고, 가볍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정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면 장면마다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지나간 시대의 그림자, 사라져버린 우아함을 향한 그리움, 남겨진 사람들의 조용한 상실감이 따라온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유머는 단순히 가볍지 않고 그 시대가 정말로 존재했었다는 믿음을 만들어낸다. 헛웃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추억하는 한숨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의 진짜 감정은 마지막 문을 닫고 나서야 밀려온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색감도 화려했고, 캐릭터도 독특했고, 사건도 정신없는데…
정작 오래 남는 건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기억했는가 그 관계의 온도였다. 이 영화는 화려함으로 나를 사로잡지만, 결국에는 아주 작은 서늘함으로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색깔로 시선을 훔치고, 사람으로 마음을 훔친 뒤, 마지막에는 잃어버린 시대에 대한 그리움을 남겨 놓고 사라진다.




